[김유진이 찾은 장사의 神] 누적 매출 100억, '안자고 곱창' 권선앵 대표의 14년 생존 전략: 실패에서 길어 올린 브랜딩의 모든 것

[김유진이 찾은 장사의 神] 누적 매출 100억, '안자고 곱창' 권선앵 대표의 14년 생존 전략: 실패에서 길어 올린 브랜딩의 모든 것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6월 25일
수정일: 2025년 6월 25일
평범한 맛집에서 유일무이한 브랜드로, 실패를 자산으로 바꾼 30대 CEO의 ‘진짜 장사’ 철학

광주 상무지구의 ‘안자고 곱창’과 중식당 ‘정도차이나’. 범상치 않은 상호만큼이나 이 브랜드를 일군 권선앵 대표의 14년 사업 여정은 비범하다. 휴대폰 매장 한편의 샐러드 가게에서 시작해 누적 매출 100억을 달성하고 서울 진출을 꿈꾸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시간 속에는 수많은 성공과 그보다 더 값진 실패의 교훈이 새겨져 있었다.

안자고한우곱창
안자고곱창

‘안자고 곱창’이라는 이름의 의미를 묻자 그녀는 “무엇이든 경지에 오르려면 잠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하루 12시간씩 서서 곱창 기름을 제거하고 세척하던 시절, 남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해야만 마음이 놓였다는 그녀. 도축장에 드나드는 유일한 30대 여성이었던 그녀의 시간은 이름 그대로 ‘안자고(Not sleeping)’의 연속이었다.

초기의 성공: ‘성실함’과 ‘작은 차별화’가 만든 기회

그녀의 첫 사업은 14년 전, 휴대폰 매장 한편에 차린 작은 샐러드 가게였다. 새벽 6시부터 고객의 집 문고리에 샐러드를 걸어두던 시절, 광주에 샐러드 전문점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은 그녀의 시장을 보는 감각이 남달랐음을 증명한다.

이후 카페를 함께 운영하며 배달 효율을 높이려던 시도는 ‘컴포즈 커피’ 가맹 98호점을 열며 예상치 못한 성공으로 이어졌다. 2억 5천만 원을 투자한 첫날 매출은 고작 60만 원. 1,500원짜리 커피로 언제 투자금을 회수할지 막막했지만, 그녀는 “딱 1년만 버티자”고 다짐했다. 성공 비결을 묻자 그는 ‘성실함’과 ‘작은 차별화’를 꼽았다.

“겨우내 오가던 손님들이 ‘저 집은 아침 7시에 문 여는구나’하고 인지해주셨어요. 일찍 여는 카페가 드물었거든요. 봄이 되자마자 아침 7시부터 손님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라떼 주문이 늘자 2,500원짜리 라떼에 하트 아트를 그려주기 위해 본사에 기술을 배우러 갔다. 하루 500잔씩 라떼를 만들다 보니 6개월 만에 눈을 감고도 하트를 그릴 경지에 올랐다. “남들이 하지 않는 작은 차별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때 배웠습니다.”

이 성공 경험은 6평짜리 ‘명인만두’ 매장에서도 재현됐다. 오픈 첫날 200만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비결은 ‘뽑기 이벤트’였다. 본사 지원 100인분에 ‘만두 당첨, 음료수 당첨, 꽝’을 섞어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요소를 도입했다. “단순한 증정은 재미없잖아요. 고객에게 도전의 즐거움, 예측 불가능한 재미를 주고 싶었어요. 고객 입장에서 이런 심리를 자극하는 게 가장 강력합니다.” 이 아이디어는 ‘오픈 효과는 3개월’이라는 주변의 예상을 비웃듯 1년 넘게 매출을 견인했다.

뼈아픈 실패: ‘맛’만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승승장구하던 그녀에게도 실패가 찾아왔다. 야심 차게 연 이자카야는 기존 매장들과의 시너지 부재로 관리의 한계를 절감했고, 코로나 시기 반짝했던 바틀샵은 유행과 함께 사그라들었다.

가장 큰 실패는 그 이후에 찾아왔다. 10년 넘게 장사하며 쌓은 노하우로 육개장 전문점과 한우구이 전문점을 열었다. 누적 매출 100억을 달성한 경험이 있으니, ‘맛있게만 만들면 된다’고 자신했다. 결과는 연이은 실패였다.

“왜 실패했을까. 맛은 기본이었지만, 결정적으로 브랜딩이 부재했습니다. 너무 초라하게 시작했던 과거에 대한 보상심리였는지, 청담동 스타일로 고급스럽게만 꾸몄던 한우집 역시 명확한 브랜딩 실패였죠. 그때 깨달았습니다. ‘맛’ 이전에 ‘브랜딩’이 먼저라는 것을. 그리고 남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과 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라는 것을요.” 이 실패들은 단순한 손실이 아닌, 가장 값비싼 ‘투자’가 되었다.

성공의 재구성: ‘유일무이함’으로 브랜드를 세우다

모든 것을 잃고 “다시는 장사를 안 하겠다”고 다짐하던 순간, 지금의 ‘안자고 곱창’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구워서 파는 곱창’이라는 아이템, 전수 창업의 어려움, 두 달 만에 폐업한 스승에게서 홀로 남아 죽기 살기로 파고든 3년. 그녀는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며 단순한 ‘맛’을 넘어선 ‘차별화’에 집중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지금의 ‘안자고 곱창’이다. 시그니처가 된 원형 회전 플레이팅 접시는 디자인 특허까지 받았다. “처음엔 1인분 양이 적다는 불만이 있었어요. 곱창은 익히면 줄어드니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뚜껑을 덮어 서빙했습니다. 뚜껑을 여는 순간 ‘우와!’하는 설렘이 양에 대한 불만보다 먼저 오게 만든 거죠.”

안자고곱창
안자고곱창의 특허받은 플레이트

소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흔한 초장과 들깨가루 대신 생와사비, 바질 페스토, 땅콩-청양고추 소스를 냈다. “‘왜 이걸 찍어 먹지?’하는 궁금증을 유발하고 싶었어요. 남들이 하는 것, 세상에 이미 있는 것이 아닌 유일무이함을 만드는 것. 그게 제 브랜딩의 핵심입니다.”

권선앵 대표가 말하는 ‘실패하지 않는 장사’의 3가지 원칙

14년의 여정 끝에 그녀가 얻은 것은 단단한 사업 철학이다. 지금 힘들어하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조언을 구하자 그녀는 두 가지를 힘주어 말했다.

첫째, 반드시 공부해야 합니다. 고객은 사장이 공부하는지 안 하는지 본능적으로 압니다.

둘째,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사장의 불안함은 고객에게 그대로 전달됩니다. 나를 믿고 나아가면 그 단단한 기운이 가게 전체를 감싸고 고객에게도 전해집니다.”

  1. 공부하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고객은 사장의 깊이를 본능적으로 감지한다. 끊임없이 배우고 적용하는 노력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공도 없다.

  2. 스스로를 믿어라: 확신이 분위기를 만든다.
    리더의 확신과 긍정적인 에너지는 공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위기를 마주했을 때 남 탓(상권, 코로나, 건물주)을 하지 않고 스스로에게서 원인을 찾는 습관이 회복의 열쇠다.

  3. 차별화하라: ‘나만의 것’을 창조하라.
    특허 낸 플레이팅, 독창적인 소스 조합처럼 ‘남들에게 없는 나만의 것’을 만들어라. 5만 원이면 할 수 있는 작은 시도일지라도, 아무나 생각하지 못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광주를 넘어 서울 논현동 진출을 준비 중인 권선앵 대표. “롤스로이스에 ‘안자고 곱창’ 로고를 새기는 날”을 꿈꾼다는 그녀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바질 페스토에 곱창을 찍어 먹는 의외의 조합처럼, 그녀의 사업은 예측 불가능한 시도와 단단한 철학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벤츠에 곱창
권선앵 대표는 자신의 M사 차량에 안자고곱창 로고를 붙여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