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이 찾은 장사의 神] AI 셰프가 만든 월 1억 8천만 원 매출, 강남 지하상가의 ‘역주행’ 비결

[김유진이 찾은 장사의 神] AI 셰프가 만든 월 1억 8천만 원 매출, 강남 지하상가의 ‘역주행’ 비결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6월 25일
수정일: 2025년 6월 25일

월 7천만 원의 ‘벽’에 부딪혔던 식당, AI를 만나 3배 가까이 성장하다

서울 강남, 국기원 사거리 지하상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싸고 경쟁이 치열한 상권 중 하나이자, 외식업의 ‘격전지’로 불리는 곳이다.

까다로운 직장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매일 벌어지는 이곳에서, 한 식당이 월 매출 1억 8천만 원이라는 경이로운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차민규 대표가 운영하는 가게다.

그의 성공 비결은 주방 안에만 있지 않았다. 스마트폰 속 ‘인공지능(AI)’이 그의 가장 날카로운 무기였다.

차셰프고기덮밥 차민규 대표

오후 3시 30분, 브레이크 타임으로 홀은 잠시 평온을 찾았지만 주방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끊임없이 울리는 배달 주문 알림 덕분이다. 실제로 차 대표는 홀 매출보다 배달을 통해 월 1억 7~8천만 원이라는, 해당 상권에서는 이례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성공 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었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맛에 집중하며 월 매출 7천만 원까지는 도달했지만, 그 이상은 보이지 않는 ‘벽’이었다.

월 매출 7천만 원의 벽에 부딪혔을 때의 심정을 묻자 그는 “막막했다.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지만, 버텨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답했다. 생존을 위한 돌파구가 절실했던 그가 찾아낸 해답이 바로 ‘빅데이터’와 ‘AI’였다.

AI, 막연한 ‘감’을 확실한 ‘데이터’로 바꾸다

“‘된장찌개, 김치찌개는 다들 좋아하니까 나도 해야겠다’는 식의 막연한 생각으로는 불안했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경쟁자가 있으니까요.” 차 대표는 자신의 직감을 믿는 대신,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데이터’에게 직접 묻기 시작했다.

그의 AI 활용은 메뉴 이름에서부터 시작됐다. 가제는 ‘통오겹 삼겹살 덮밥’. 이 평범한 메뉴를 어떻게 하면 배달 앱 유저들이 클릭하고 싶게 만들 수 있을까? 그는 ChatGPT에 메뉴의 특징과 타겟 고객(강남역 20-40대 직장인)을 상세히 설명하며 명령했다. “우리의 타겟 고객이 클릭하고 싶을 만한 메뉴명과 설명을, 클릭률(CTR)과 검색엔진최적화(SEO)를 고려해 작성해 줘.”

차민규 대표가 AI를 활용하는 방법

AI의 답변은 단순한 이름 나열을 넘어섰다. ‘와일드’, ‘특제 소스’처럼 고객의 시선을 끄는 후킹 키워드를 제안하는가 하면, ‘강남역 인기 메뉴’, ‘직화 차돌’처럼 지역명과 조리법을 결합한 검색 친화적 이름들을 쏟아냈다. 메뉴 설명에는 ‘쫄깃한 껍질과 부드러운 지방층의 환상적인 조화’와 같은 감각적인 카피라이팅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AI가 마치 숙련된 마케터처럼 작동한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은 ‘통삼겹 덮밥’과 ‘통오겹살 덮밥’ 중 어떤 키워드의 검색량이 더 높은지 물었을 때였다. AI는 데이터에 기반해 ‘통삼겹’의 검색량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답했고, 차 대표는 이 분석을 신뢰해 메뉴명을 최종 결정했다. 그는 “정답지를 보고 시작하는 게임 같았다”며 감탄했다.

차민규 대표가 AI를 활용하는 방법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AI가 제안한 이름과 설명으로 무장한 메뉴는 클릭률이 급증했고, 배달 플랫폼 내 노출 빈도가 높아지며 신규 고객이 폭발적으로 유입됐다. 월 7천만 원에 갇혀있던 매출은 1억 1천, 1억 5천을 넘어 1억 8천만 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단순 마케터를 넘어 ‘크리에이티브 셰프’로

AI의 역할은 마케팅에만 그치지 않았다. 차 대표는 신메뉴 개발에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예를 들어, 김치찌개 레시피를 ‘급식 대가 스타일’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하자, AI는 묵은지, 차돌, 두부 등 재료 목록은 물론, 조리 순서와 불 조절 방법까지 상세한 레시피를 즉시 생성해냈다.

‘멜젓 소스 덮밥’이라는 아이디어를 던지자, AI는 ‘반숙 계란 프라이와 제주식 겉절이를 곁들이고, 매콤한 소스를 추가하라’는 구체적인 조합을 제안했다. 심지어 ‘쪽파와 볶은 깨를 고명으로 올려 시각적 매력을 더하라’는 플레이팅 팁까지 제공하며 ‘크리에이티브 셰프’의 면모를 보여줬다.

차민규 대표가 AI를 활용하는 방법

AI의 효과를 극대화한 ‘시스템’의 힘

물론 AI가 성공의 전부는 아니다. 차 대표의 주방은 홀, 배달, 세척 공간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고, 모든 동선은 효율성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되었다. 잘 되는 가게의 기본은 탄탄한 운영 시스템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미리 소분된 식자재, 40초 만에 조리가 끝나는 스테이크, 배달 시간을 고려한 레스팅(Resting) 시간 관리 등은 치열한 배달 경쟁에서 그의 가장 중요한 기본기였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과 시스템에 ‘AI’라는 날개를 달았을 때, 비로소 7천만 원의 벽을 깨고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이제 김치찌개든 김밥이든, 어떤 메뉴라도 AI를 활용해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고 높일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작은 가게를 위한 AI 활용 로드맵

차민규 대표의 사례는 AI가 더 이상 거대 기업의 전유물이 아님을 증명한다. 이제 AI는 우리 가게의 성장을 돕는 가장 강력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1. 고객을 부르는 네이밍 & 카피라이팅: 배달 앱에서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검색에 최적화된 메뉴 이름과 설명을 AI에게 의뢰하라. 이는 가장 확실한 저비용 고효율 마케팅이다.

  2. 데이터 기반 신메뉴 개발: 막연한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레시피와 플레이팅으로 발전시켜라. 특정 스타일(예: 뉴욕 핫플 스타일, 집밥 장인 스타일)을 지정하면 더욱 창의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3. 시장 반응 예측 및 검증: 새로운 메뉴나 키워드에 대한 시장의 잠재적 선호도를 빅데이터 기반으로 예측하라. ‘감’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실패 확률을 줄인다.

변화는 때로 낯설지만, 그 안에는 성장의 기회가 숨어있다. 차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 ‘AI 셰프’를 영입했듯, 이제 AI는 가장 치열한 골목 상권의 생존 전략이자, 성장의 핵심 변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