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칵테일을 처방해 드립니다… '닥터' 콘셉트 바, 홍콩의 심장부에서 화려한 부활
지난 1월, 수많은 팬의 아쉬움 속에 문을 닫았던 홍콩의 아이코닉 칵테일 바 '닥터 펀스 진 팔러(Dr. Fern’s Gin Parlour)'가 화려한 부활을 선언했다.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외식업계, 특히 주류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지난 1월, 수많은 팬의 아쉬움 속에 문을 닫았던 홍콩의 아이코닉 칵테일 바 '닥터 펀스 진 팔러(Dr. Fern’s Gin Parlour)'가 화려한 부활을 선언했다. 단순히 같은 자리에서 다시 문을 여는 것이 아니다. 홍콩 센트럴의 심장부, 부티크 호텔 '더 포틴저(The Pottinger)'에 '닥터 펀스의 사택(The Doctor's Residence by Dr. Fern)'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둥지를 틀며, 한층 깊어진 스토리와 컨셉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는 단순한 재개업 소식을 넘어, 강력한 '컨셉'이 어떻게 브랜드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고객의 열광적인 지지를 다시 불러 모으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다.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외식업계, 특히 주류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닥터 펀스'의 성공 핵심은 명확하다. 바로 '진(Gin)을 연구하고 처방하는 괴짜 식물학자, 펀 박사'라는 확고한 페르소나와 그를 중심으로 구축된 정교한 세계관이다. 고객은 단순히 술을 마시러 오는 것이 아니라, '펀 박사의 진료실'을 방문해 스트레스와 피로에 대한 '치료제'로서의 칵테일을 처방받는 '환자'가 된다. 메뉴판은 '처방전'이 되고, 바텐더는 '약사'가 되며, 수백 종류의 진(Gin)은 '약재'가 되는 식이다.

이번 재오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의사의 사택'이라는 새로운 이름은 '진료를 마친 박사가 자신의 개인적인 공간에서 더욱 은밀하고 특별한 레시피를 선보인다'는 확장된 스토리를 암시한다. 기존 'ROOM 309'라는 다른 칵테일 바가 있던 자리를 꿰차고 들어왔다는 사실은, 이들의 브랜드 파워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방증한다. 이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볼륨 2(Volume II)'의 공개로 표현하며, 브랜드 스토리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시리즈물임을 명확히 했다. 고객들은 단순히 단골 가게의 재오픈을 넘어, 좋아하던 이야기의 다음 챕터를 기다리는 팬의 심정으로 열광할 수밖에 없다.
컨셉의 힘이 곧 비즈니스의 힘이다
이번 '닥터 펀스'의 부활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첫째, 컨셉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진화하는 생명체여야 한다.
'닥터 펀스'는 문을 닫는 위기 속에서도 컨셉을 버리지 않고, 오히려 더 깊이 파고들어 '세계관의 확장'이라는 영리한 해법을 찾아냈다. 이는 고객에게 돌아와야 할 새로운 '명분'을 제공했다.
둘째, 디테일이 컨셉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칵테일의 이름, 메뉴판의 디자인, 직원의 복장과 화법, 공간의 인테리어까지 모든 요소가 '펀 박사'라는 하나의 컨셉 아래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고객은 기꺼이 그 세계관에 몰입하고 지갑을 연다.
국내에도 수많은 컨셉 바가 명멸하고 있다. 하지만 그 컨셉이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되었고, 시간이 지나며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 그저 유행하는 인테리어를 흉내 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는 않은가 '닥터 펀스'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가게는 고객에게 어떤 '처방전'을 내밀고 있는가
고객은 이제 술만 마시지 않는다. 그들은 '경험'을 소비하고 '이야기'에 돈을 쓴다. '닥터 펀스'의 화려한 귀환은, 잘 만들어진 컨셉과 스토리가 얼마나 강력한 비즈니스 동력이 되는지를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가게만의 '대체 불가능한 처방전'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