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의 유통기한을 2배로? '먹는 코팅' 기술이 외식·유통업계의 판을 뒤흔든다

신선식품의 유통기한을 2배로? '먹는 코팅' 기술이 외식·유통업계의 판을 뒤흔든다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6월 24일
수정일: 2025년 6월 25일

오늘 아침에도 재고 폐기하면서 속 좀 쓰리셨습니까? 하루가 다르게 시들어버리는 과일과 채소 때문에 '로스율(loss rate)'과의 전쟁을 치르는 것이 외식·유통업계의 숙명과도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지긋지긋한 숙명의 고리를 끊어낼 '게임체인저'가 등장했습니다.

(Photo: Eric Prouzet / Unsplash)
(Photo: Eric Prouzet / Unsplash)

중국 과학자들이 개발한, 먹을 수도 있고, 씻어낼 수도 있는 단백질 기반의 '식용 코팅' 기술. 이 기술이 신선 과일의 유통기한을 무려 2.5배나 늘려준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를 통해 발표됐습니다. 이는 단순히 '조금 더 오래 보관한다'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식자재의 공급망(Supply Chain)부터 소비자의 식탁까지, 산업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꿀 거대한 혁명의 서막일 수 있습니다.

상식을 파괴하는 기술, 무엇이 다른가?

(Photo: ChatGPT / Open AI)
(Photo: ChatGPT / Open AI)

이 기술의 핵심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개발된 '아밀로이드 유사 단백질'입니다. 이 물질을 과일 표면에 뿌리면 눈에 보이지 않는 얇고 균일한 막이 형성되어 수분 손실과 미생물 번식을 획기적으로 막아줍니다.

결과는 놀랍습니다. 코팅을 하지 않은 딸기는 4일 만에 부패 징후를 보였지만, 코팅된 딸기는 10일이 지나도 멀쩡했습니다. 방울토마토는 6일에서 16일로, 바나나와 망고는 2일에서 8일로 유통기한이 대폭 늘어났습니다. 심지어 섭씨 42도의 고온에서도 딸기의 신선도를 3일이나 더 연장시켰습니다.

더욱 무서운 점은 '비용'과 '안전성'입니다. 이 코팅에 드는 비용은 과일 1kg당 불과 120원 남짓. 막대한 에너지 비용이 드는 냉장 보관과 비교하면 탄소 배출량을 90%나 줄일 수 있습니다.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왁스 코팅이나 화학 보존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안전성'은 물론입니다. 쥐를 통한 독성 실험에서도 어떠한 부작용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식용 코팅' 상용화, 어떤 기회가 열리나?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외식·유통업계는 상상 이상의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Photo: Arno Senoner / Unsplash)
(Photo: Arno Senoner / Unsplash)

첫째, '재고 폐기율 제로'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신선식품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재고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듭니다. 이는 곧 비용 절감과 직결되며, 업장의 순이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샐러드 전문점, 과일주스 전문점, 디저트 카페 등 신선 과일 의존도가 높은 업종에게는 그야말로 복음과도 같은 소식입니다.

둘째, 식자재 '공급망의 혁명'이 시작됩니다.

지금까지는 유통기한 때문에 제주도산 애플망고를 서울의 레스토랑에서 최상의 상태로 받기 어려웠다면, 이제는 전국, 나아가 전 세계의 고품질 식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비싼 냉장·냉동 운송(콜드체인) 의존도를 낮춰 물류비 절감도 가능해집니다.

셋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 것입니다.

껍질을 깎아 놓으면 금세 갈변하던 사과나 배를 며칠이고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곧바로 고품질의 '컷팅 과일' 배달 서비스, 다양한 과일을 조합한 '과일 구독 서비스', '장기보관용 프리미엄 과일 선물세트' 등 새로운 시장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넷째, '안전'과 '친환경'이라는 강력한 브랜드 가치를 얻게 됩니다.

소비자들에게 "우리 매장은 인체에 무해한 식용 코팅 기술을 사용해 가장 신선하고 안전한 과일만을 제공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그 어떤 마케팅보다 강력한 신뢰의 무기가 될 것입니다.


물론, 기술의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흐름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기술의 잠재력을 정확히 인지하고, 우리 비즈니스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 선제적으로 고민하는 것입니다.

이 기술은 단순히 과일을 오래 보관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식탁과 비즈니스, 그리고 지구의 미래를 바꾸는 '조용한 혁명'의 시작일지 모릅니다. 이 혁명의 파도에 올라탈 것인가, 아니면 휩쓸려 갈 것인가.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