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 10시 넘으면 밥값도 오른다? 이제 식당에도 ‘할증’이 붙는다
야근 후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찾았던 24시간 식당. 저렴한 가격에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을 비워내던 ‘심야식당의 낭만’은 이제 과거의 유물이 될지도 모른다. 일본의 국민 규동(牛丼) 체인 ‘마츠야’와 ‘요시노야’가 던진 ‘심야 할증 요금제’라는 폭탄이 일본 외식 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몇백 원짜리 가격 인상과는 차원이 다른, ‘가격표의 혁명’에 가깝다. 같은 메뉴라도 시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마치 택시 미터기처럼 변하는 가격 정책. 이는 인건비와 원재료비 폭등에 신음하는 한국 자영업자들에게도 피할 수 없는 미래의 자화상일지 모른다.
‘비용의 투명성’이라는 정직한 가격표

이번 가격 정책의 핵심은 ‘심야 할증’의 전면적인 확대다. 마츠야는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주문하는 모든 메뉴에 약 7%의 할증 요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430엔짜리 규동이 이 시간에는 약 460엔이 되는 식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살인적으로 치솟는 쌀값과 원재료비, 전기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훨씬 더 근본적이고 고통스러운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사람’이다.
점주들은 더 이상 외치지 않는다. 그들은 가격표를 통해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 당신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더 많은 비용이 듭니다.” 심야에 직원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이며, 더 높은 시급을 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현실이다. 언제까지 점주의 희생과 출혈만으로 24시간 매장의 불을 밝힐 수는 없다는 ‘정직한 선언’인 셈이다. 이는 더 이상 낭만이나 서비스 정신으로 덮을 수 없는, 처절한 경제 논리의 결과물이다.
‘모두에게 같은 가격’이라는 낡은 공식의 종말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익숙했던 ‘정가(定價)’라는 개념 자체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새벽 3시에 먹는 규동과 점심시간에 먹는 규동의 가격이 같아야 하는가 제공되는 서비스의 원가가 명백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원가 기반의 합리적 책정 심야 할증제는 사실 가장 합리적인 가격 정책일 수 있다. 인건비가 더 비싼 시간에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그 비용을 일부 부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는 ‘모두에게 같은 가격’이라는 낡은 평등의 관념을 깨고, ‘비용을 발생시키는 주체가 부담한다’는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다 이는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할증 요금을 내더라도 이 시간에 먹겠다”는 고객과, “그렇다면 나는 할증이 붙지 않는 시간에 방문하겠다”는 고객으로 수요가 자연스럽게 나뉜다. 이를 통해 점주는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무리한 심야 영업으로 인한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이것은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마츠야와 요시노야의 결정은 더 이상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한국의 외식 시장 역시 살인적인 최저임금 인상, 끝을 모르는 원재료비 폭등, 심각한 구인난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4시간 영업’을 포기하는 가게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 그 명백한 증거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언제까지 사장님의 희생과 ‘정(情)’이라는 이름으로 심야 영업의 출혈을 감당할 것인가
‘심야 할증’이라는 낯선 가격표는 고객에게는 야박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에게는 마지막 남은 합리적 선택지일 수 있다. 이제 우리도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가격’이라는 낡고 아름다운 환상에서 깨어날 때가 온 것 아닐까. 마츠야의 가격표는 어쩌면, 가장 정직하기에 더욱 뼈아픈 시대의 자화상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