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귀뚜라미 라면' 스타트업, 미래 식량의 판을 바꾸다
'혐오식품'의 이미지가 강했던 곤충이 '미래 식량'의 심장부로 들어오고 있다. 그 선두에 선 귀뚜라미는 닭고기나 소고기보다 월등한 단백질 함량(65~69%)과 모든 필수 아미노산을 갖춘 '완전 단백질'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낮은 환경 영향은 물론이다.
베트남의 푸드테크 스타트업 '렉렉(Rec Rec)'이 최근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도발적인 신제품, '귀뚜라미 단백질 라면'을 출시했다. 이는 단순한 신제품 출시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글로벌 투자자들의 지지 속에 성공적으로 시드 투자를 유치한 후 내놓은 첫 결과물이자, 동남아시아의 거대한 FMCG(일용소비재)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야심 찬 출사표다.

'간식'에서 '주식'으로, 치밀하게 짜인 확장 전략
렉렉의 행보는 결코 즉흥적이지 않다.
2023년 창업 후, 이들은 '양념 건조 귀뚜라미'라는 원물에 가까운 제품으로 시장의 반응을 살폈다. 곧이어 '귀뚜라미 타피오카 크래커'를 출시, 전통적인 맛에 차세대 영양을 결합한 스낵 형태로 대중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 크래커는 미국, 싱가포르, 유럽 시장에 성공적으로 수출되며, '투명한 원료'와 '대체 단백질'을 내세운 기능성 스낵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존재함을 명백히 증명했다.

이번 '귀뚜라미 라면'은 그 성공 방정식을 베트남 최대의 간편식 시장인 '라면'에 적용한 것이다. 건강을 중시하는 현대 소비자들에게 '빠르고 간편하지만, 영양은 완벽한 한 끼'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안한다.
렉렉의 공동창업자 비키 응우옌(Bicky Nguyen) 대표의 말처럼, "이번 시드 투자는 단순히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는 이제 편의식품의 정의를 근본부터 바꾸는 제품으로 거대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다.
'수직계열화'라는 강력한 무기: 품질과 혁신을 모두 잡다
렉렉이 여타 신생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가장 강력한 지점은 바로 '자체 생산 능력'이다. 이들은 R&D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내재화함으로써, 제품의 배합, 품질, 그리고 핵심 지적재산권(IP)을 완벽하게 통제한다.
이러한 수직적 생산 역량은 베트남 최고의 하이테크 귀뚜라미 사육 기업이자 전략적 파트너인 '크리켓원(CricketOne)'이 있기에 가능하다. EU와 미국 기준을 충족하는 인증된 시설과 통합 농장을 운영하는 크리켓원의 존재는 렉렉 제품에 사용되는 모든 원료가 완벽히 추적 가능하며, 전 세계 어디로든 수출할 수 있는 식품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규모의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수십억 달러 시장을 정조준하다

렉렉의 목표는 명확하다. 베트남에서만 연간 3조 2천억 원 규모에 달하는 스낵 시장과, 연간 85억 개가 소비되는 세계 3위 라면 시장(약 2조 5천억 원 규모)이라는 두 거대한 카테고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전체로 확장하면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결국 렉렉이 '귀뚜라미 라면'을 만든 이유는 명확하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단발성 아이템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미래 식량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
스낵으로 검증된 시장성
자체 생산을 통한 품질 통제력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안정적 공급망
그리고 거대한 목표 시장이라는 모든 퍼즐 조각이 완벽하게 맞춰진, 치밀하게 계산된 비즈니스 전략의 결과물이다.
'귀뚜라미'라는 낯선 식재료로 패스트푸드의 판을 바꾸려는 베트남의 이 대담한 스타트업이 글로벌 FMCG 시장에 어떤 균열을 만들어 낼지, 업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