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된 초콜릿, '가짜'가 '진짜'를 구원할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푸드테크의 역습

금값 된 초콜릿, '가짜'가 '진짜'를 구원할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푸드테크의 역습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6월 24일
수정일: 2025년 6월 25일

최근 초콜릿과 카카오 파우더 가격표를 보고 한숨 쉬지 않으셨습니까? 연초 대비 180% 이상 폭등하며 말 그대로 '금값'이 되어버린 코코아 가격에, 디저트와 베이커리 업계는 그야말로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원가 상승의 문제가 아닙니다. 메뉴의 존폐를 결정하고, 가게의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한 '카카오 쇼크(Cacao Shock)'입니다.

기후 변화와 병충해로 서아프리카의 코코아 농장이 초토화되면서 시작된 이 재앙. 전문가들은 유전자 개량 품종 개발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하지만, 당장의 불을 끄기엔 역부족입니다. 하지만 절망의 잿더미 속에서 언제나 혁신의 싹이 트는 법. 지금 식품업계는 이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상상조차 못 했던 '대체 원료'에서 초콜릿의 미래를 찾고 있습니다.

'포스트-카카오' 시대, 누가 게임의 룰을 바꾸는가?

초콜릿의 핵심은 '코코아'라는 오랜 공식을 파괴하려는 대담한 푸드테크 기업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들의 무기는 더 이상 코코아 나무가 아닙니다.

초루
코루바 인스타그램 @Choruba

1. 이탈리아의 '포에버랜드(Foreverland)' 지중해의 '캐롭(Carob)'으로 답을 찾다.

이탈리아에서 풍부하게 자라는 '캐롭'을 이용해 '코루바(Choruba)'라는 대체 원료를 개발했습니다. 캐롭은 섬유질과 칼슘이 풍부하고, 카페인과 테오브로민이 없어 건강에 민감한 소비자에게 매력적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지속가능성입니다. 전통 코코아 대비 물 사용량을 90%, 탄소 배출량을 80%나 줄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대체재가 아닌, '더 나은 원료'라는 가치를 제안합니다.


쇼비바초콜릿(Chovivax 홈페이지)
쇼비바 초콜릿 (출처: ChoViva)

2. 독일의 '어 플래닛 어 푸드(A Planet A Foods) '귀리와 해바라기씨의 변신.

이들은 '쇼비바(ChoViva)'라는 브랜드로 귀리와 해바라기씨를 맥주 양조 기술 기반의 발효 공정을 거쳐 초콜릿과 거의 흡사한 풍미와 질감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역시 탄소 배출량을 90%나 감축하는 친환경 공법입니다. 평범한 곡물이 푸드테크를 만나 완벽한 초콜릿의 대안으로 재탄생한 것입니다.


누코코의 창업자들

3. 영국의 '누코코(Nukoko)' 가장 흔한 '잠두(Fava Bean)'의 재발견.

영국과 유럽에서 흔히 재배되는 '잠두'를 전통적인 코코아 발효 방식으로 가공해 초콜릿의 풍미를 구현해냈습니다. 열대우림을 파괴할 필요 없이, 우리 주변의 작물로 지속가능한 초콜릿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획기적인 사례입니다.

'대체 초콜릿', 우리에겐 위기인가 기회인가?

물론 법규의 장벽은 존재합니다. 현행법상 일정 비율 이상의 코코아 성분을 함유해야만 '초콜릿'으로 표기할 수 있기에, 이들은 '코코아 디저트' 등의 이름으로 출시될 것입니다. 일부 소비자의 맛에 대한 편견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하지만 우리 외식업 경영자들은 이 흐름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해야 합니다.

첫째, '원가 절감'을 넘어 '가치소비'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저희의 브라우니는 환경을 위해 열대우림을 파괴하지 않는 '잠두'로 만든 착한 디저트입니다." 이런 스토리텔링은 가격 이상의 가치를 중시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새로운 고객층을 공략할 수 있습니다.

카페인이 없는 캐롭 초콜릿은 늦은 시간 디저트를 즐기고 싶은 고객이나, 아이를 동반한 가족 고객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공급망 리스크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아프리카의 작황에 가슴 졸이지 않고, 안정적인 가격으로 고품질의 원료를 수급할 수 있다는 것은 비즈니스의 근간을 튼튼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입니다.

'카카오 쇼크'는 우리에게 고통을 주고 있지만, 동시에 초콜릿의 정의를 다시 쓰고, 지속가능한 디저트의 미래를 열어젖히는 거대한 혁신의 파도를 몰고 오고 있습니다. 사장님, 언제까지 천정부지로 치솟는 코코아 가격에 한숨만 쉬고 계시겠습니까? 이 혁신의 파도에 올라타 위기를 기회로 바꿀 것인가, 아니면 기존의 방식만 고집하다 도태될 것인가. 선택은 이미 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