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 이하 예약 불가" 가격 따지면 오지 마세요… 논란의 '손님 선택' 전략, 한국에 통할까?

"28세 이하 예약 불가" 가격 따지면 오지 마세요… 논란의 '손님 선택' 전략, 한국에 통할까?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6월 23일
수정일: 2025년 6월 23일

최근 일본에서 '28세 이하는 예약 불가', '와인을 안 마시면 사절', '가격을 따지는 손님은 출입 금지' 등 파격적인 운영 방침을 내세우는 식당들이 등장해 화제다. 언뜻 들으면 '배짱 장사'처럼 보이고, '손님을 가린다'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과 예측 불가능한 손님들의 요구 속에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외식업 자영업자들에게, 이러한 '손님 선택' 전략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과연 어떤 배경에서 나온 전략이며, 우리 가게에는 어떻게 적용해볼 수 있을까?

1. 논란의 현장: "이런 손님은 사절합니다"

28세 미만 출입 금지 이자카야

도쿄 아카사카에 문을 연 한 이자카야는 '28세 미만 예약 불가' 원칙을 내세워 주목받았다. 예약 시 나이를 확인하고, 위반 시 벌금까지 언급하며(실제 부과는 드물다고 하지만) 특정 연령대의 손님만 받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가게가 원하는 손님은 '어느 정도 격식을 알고 분위기를 즐길 줄 아는 성인'이다. 젊은 손님들의 시끄러운 분위기나 예측 불가능한 행동보다는, 조용하고 품격 있는 술자리 문화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가격표 없는 선술집의 철학

나고야의 한 선술집은 메뉴판에 아예 가격을 표기하지 않는다. SNS 프로필에는 '가격을 따지는 무례한 분은 방문을 삼가달라'고 명시했다.

이는 가격표에 얽매이지 않고 손님의 취향과 분위기, 그날그날 준비된 식재료에 맞춰 음식을 내고 나중에 가격을 정하는 방식이다. '가성비'보다는 음식과 경험 자체에 기꺼이 가치를 지불할 '가심비' 손님에게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와인 필수 조건의 와인 바들

'와인을 안 마시는 손님은 사절'이라고 명시하는 와인 바도 늘고 있다. 테이블당 최소 와인 주문량을 정하거나, 아예 와인을 마시지 않으면 입장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언뜻 보면 '손님을 가리는 오만한 행위'로 비칠 수 있지만, 가게 입장에서는 나름의 절박한 이유가 있다.

2. 전략의 배경: '선택과 집중'으로 불황 돌파

복잡해진 외식업계의 현실

왜 이런 '손님 가리기' 전략이 등장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를 '선택과 집중(選択と集中)' 전략으로 분석한다.

최근 외식업계는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SNS의 발달로 가게 정보가 순식간에 퍼져나가지만, 동시에 가게의 콘셉트와 전혀 맞지 않는 손님들까지 몰려와 오히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미스매치' 사례들:

  • 확보한 테이블을 와인 한 잔만 시켜놓고 몇 시간씩 점유

  • 가게 분위기를 해치는 소란스러운 행동으로 다른 손님들의 경험 저해

  • 가게의 특정 메뉴나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 부족으로 인한 낮은 만족도

  • 재방문이나 긍정적인 입소문으로 이어지지 않는 일회성 방문

'이상적인 손님'에게 집중하기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가게들은 모든 손님을 만족시키려 하기보다, '우리가 가장 잘 모실 수 있고, 우리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는 손님'을 명확히 정의하고 그들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특정 연령대를 제한하거나, 가격표를 없애는 등의 방식은 이러한 '이상적인 손님' 외의 손님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우리 가게와는 맞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역할을 한다.

'선택된' 손님들에게 집중할 때의 이점

1. 높은 만족도 콘셉트와 맞는 손님들이 오기 때문에 가게의 서비스나 분위기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

2. 효율적인 운영 '미스매치' 손님으로 인한 비효율(테이블 점유율 저하, 불필요한 클레임 등)이 줄어든다.

3. 가치 기반의 수익 가격 경쟁 대신 가게 고유의 가치를 인정하는 손님들 덕분에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다.

4. 긍정적인 커뮤니티 형성 가게의 팬이 되는 단골손님들이 늘어나고, 그들로 인해 좋은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는 비단 외식업뿐 아니라 관광 등 다른 산업에서도 나타나는 '니세코화' 현상(고부가가치 고객에게 집중하고 나머지 고객은 자연스럽게 배제하는 현상)과도 맥을 같이 한다.

3. 한국 적용 가능성: 현실적 고려사항

문화적 차이와 우려점

이러한 '손님 선택과 집중' 전략은 한국 외식업 현실에 얼마나 통할까? 우리나라 정서상 특정 고객층을 노골적으로 배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주요 우려점들:

  • '손님은 왕'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함

  • '불친절하다', '차별한다'는 부정적인 평판을 얻을 위험

  • SNS를 통한 빠른 악성 루머 확산 가능성

  • 법적·윤리적 문제 제기 소지

그럼에도 주목해야 할 트렌드

하지만 '모든 손님을 만족시키려다 아무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황보다는, '우리가 가장 잘 서비스할 수 있는 손님'에게 집중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최근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특정 콘셉트와 서비스에 기꺼이 높은 가치를 지불하려는 '우리 손님'을 찾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형 접근 방식

노골적인 '사절'보다는 '우리가 어떤 손님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가게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한국적인 접근 방식이 될 수 있다.

4. 실전 적용 가이드: 나만의 '선택과 집중' 전략

STEP 1: 이상적인 손님 구체화하기

우리가 정말 '잘 모실 수 있는' 손님은 누구인가?

다음 질문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그려보자:

  • 우리 가게의 메뉴, 분위기, 가격대를 고려했을 때 가장 만족도가 높을 손님은?

  • 그들의 연령대, 직업, 취미, 소비 성향은?

  • 그들이 우리 가게에서 기대하는 것과 기꺼이 지불할 가치는?

예시:

  • 조용히 대화하며 식사하려는 30-40대 커플

  • 특별한 날을 기념하고 싶은 가족

  • 특정 주류/음식을 좋아하는 미식가들

STEP 2: 타겟에 맞춘 가게 운영 조정

'이상적인 손님'에게 맞춰 가게의 모든 요소를 최적화하자.

조정 가능한 요소들:

  • 메뉴 구성과 가격대

  • 인테리어, 음악, 조명

  • 서비스 방식과 직원 교육

  • 테이블 배치와 좌석 간격

예시: 편안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손님이 타겟이라면

  • 테이블 간 간격을 넓힘

  • 잔잔한 음악으로 변경

  • 직원 응대 시 차분함 유지

STEP 3: 자연스러운 콘셉트 소통

우리가 어떤 손님을 위한 가게인지 명확히 소통하자.

소통 채널과 방법:

  • SNS, 가게 소개 글, 메뉴판 디자인

  • '이런 분들이 오시면 좋습니다'라는 뉘앙스를 자연스럽게 전달

  • 긍정적이고 부드러운 표현 사용

좋은 표현 예시:

  • "저희 가게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깊은 대화를 나누기 좋은 공간입니다"

  • "정성스럽게 준비된 요리를 천천히 음미하시는 분들을 위한 공간"

  •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을 즐기시는 분들을 위한 특별한 경험"

STEP 4: '가심비' 가치 강화

'우리 손님'이 기꺼이 지불할 만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자.

가치 창출 방법:

  • 특별한 식재료와 정성스러운 조리법

  • 따뜻하고 세심한 서비스

  • 우리 가게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경험

  • 전문성과 스토리텔링

핵심은 '이 가격에 이런 경험을 하다니!'라는 감동을 선사하는 것

5. 성공 사례와 주의점

국내 성공 사례들

실제로 한국에서도 은근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성공하는 가게들이 늘고 있다:

  • 조용한 분위기 강조: "대화 중심의 공간"임을 명시하여 시끄러운 모임을 자연스럽게 배제

  • 메뉴 전문화: 특정 요리나 음료에 특화하여 해당 분야 애호가들만 타겟팅

  • 예약제 운영: 사전 예약을 통해 가게 콘셉트에 맞는 손님들을 선별

4

주의해야 할 함정들

1. 과도한 배타성 지나치게 까다로운 조건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2. 소통 부족 가게의 의도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오해와 반감을 살 수 있다.

3. 일관성 부족 설정한 콘셉트와 실제 운영이 다르면 신뢰를 잃을 수 있다.

4. 시장 규모 축소 너무 좁은 타겟 설정으로 충분한 고객 확보에 실패할 수 있다.

에필로그: 모두를 위한 가게 vs 나를 위한 가게

일본의 '손님 거절' 사례는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극단적인 '선택과 집중' 전략의 한 형태다. 모든 손님에게 좋은 가게가 되려 하기보다, '나의 손님'에게 최고의 가게가 되려는 시도다.

물론 이러한 접근 방식이 모든 가게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명확한 타겟 설정과 그에 맞춘 운영 최적화가 필요하다는 교훈은 분명하다.

이제 질문해보자:

  • 우리 가게의 '이상적인 손님'은 누구인가?

  • 그들을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

불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단골층을 확보하고, 가게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길은 모두를 위한 가게가 아닌 '나의 손님'에게 집중하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출처: Food Stadium 컬럼 "28歳以下は予約不可 その背景とは"